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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story.
"오빠."
나에게 아무런 말이 없는 우리 오빠.
"또 어디 갔다 온 거야? 응? 뭐하다 온 건데? 응?"
"비켜. 피곤하게 달라붙지 말고."
역시나 오늘도 오빠는 날 무시하네요.
꺼지라며 날 밀치고 오빠 방으로 쏙! 들어가는 저 잘생긴 남자가 제 오빠예요.
동생이지만 감탄사가 나올 만큼 잘생기고 멋있는 우리오빠.
동네에서는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한다고 벌써부터 칭찬이 자자해요.
남들 앞에서 많이 자랑하고 싶고 좀 더 친해지고 싶은데 도무지 오빠는 저와 말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가 이복남매라 그런 걸까요?
우리 아빠는 내가 3살 되던 해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데요.
과부가 된 우리 엄마는 오빠네 아버지랑 재혼을 하셨고, 우리는 남매가 되고, 가족이 되었습니다.
“돈 줘.”
한참 뒤 방에서 나온 오빠가 엄마에게 건넨 첫마디에요.
“우리 형편에 돈이 어디 있니..”
“아줌마 돈 있잖아. 빨리 내놔.”
항상 이런 식입니다.
오빠는 가끔 집에 들어옵니다.
어디서 자는지 뭘 하고 사는지는 몰라도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와선 우리 엄마의 돈을 다 가져 갑니다.
오늘도 새 아빠는 잔뜩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오셨어요.
새 아빠는 만날 술만 마십니다.
술 안마시고 오는 날이 1년 중 손에 꼽힐 정도니 다 알겠죠?
“시온아.”
“내 이름 부르지 말라 했지?”
그렇습니다.
한 달에 한번 집에 오는 우리 오빠의 이름은 류시온.
그래서 내 이름도 최사희가 아니라 류사희로 바뀌었데요.
오빠는 우리 엄마를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나는 새 아빠랑 오빠가 좋은데 말이죠.
그중에 나는 오빠가 제일 좋아요.
우리 엄마 돈을 다 가져가고, 나에게 욕을 하지만,
난 우리 오빠가 제일 좋아요.
그냥 좋아요.
그런데 오빠는 내가 정말 싫은가 봐요.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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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이 개새끼.”
술 냄새를 풍기며 귀까지 빨개진 새 아빠가 들어오면 집안은 난장판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엄마도 나도 새 아빠가 난동피우는 걸 막지 않습니다.
항상 저러다가 지쳐 잠이 드시거든요.
괜히 막으면 더 시끄러워져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밖은 잘 돌아다니지 못해요.
조금만 뛰어도 헉헉대며 죽으려고 하니까요.
엄마가 그러는데 난 심장이 약해서 조심해야 된데요.
가끔 술 취한 새 아빠가 하시는 말을 들으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전두환이라는 나쁜 사람이 권력을 장악했는데, 우리
가 살고 있는 광주를 몹시도 괴롭힌다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요새 동네가 이상해요.
여기저기 이쪽저쪽 수군수군.
뭔가 큰 일이 터진 거 같아요.
밤늦게 오빠가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왔어요.
술냄새가 났지만 반가운 마음에 오빠한테 달려갔어요.
뭐, 무시당할게 뻔하지만요.
“오빠, 시온오빠.”
“.....류사희.”
놀라버렸습니다.
오빠가 내 이름을 불러 준건 처음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최사희가 아니라 류사희였습니다.
술김에 불렀다기엔 오빠의 정신은 맑아보였어요.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었어요.
“오빠, 어디가?”
오빠는 짐을 싸는 듯 보였습니다.
항상 사라지긴 했어도 한 달에 한번은 꼭 얼굴을 보여줬는데 오늘은 또 어디로 가려는 걸까요?
오빠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내 어깨를 양 손으로 잡곤 날 보며 말했습니다.
“오빠 꼭 돌아올게.”
“응.”
“어디서 펑펑 소리 나도 엄마랑 꼭 도망가서 살아야 돼. 알았지?”
밝게 웃는 내 얼굴과는 달리 오빠의 얼굴은 많이 어두웠어요.
“오빠 어디 가는데?”
“알았지? 꼭 도망가야 된다? 도망가서 있으면 오빠가 데리러 갈게. 꼭 살아.”
오빠는 내 질문에 대답은 안하고 자꾸 이상한 말만 하네요.
“응. 꼭 약속해.”
“응..꼭 널 찾으러 갈게.”
그날 밤은 오빠랑 함께 잤습니다.
처음이었지만 오빠의 냄새도, 숨소리도 모든 게 좋았습니다.
그렇게 편하게 잠들었나봅니다.
눈을 뜨니 벌써 아침인 것 같은데 오빠는 내 옆에 없습니다.
새 아빠도 없습니다.
하루 종일 오빠와 새 아빠를 기다렸어요.
펑-.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고, 갑자기 짐 보따리를 든 엄마가 다급히 날 끌고 갑니다.
모르겠습니다.
무슨 상황인지.
달력을 보니 오늘은 5월 18일.
엄마를 따라 달리고 있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뛰기 너무 힘들었지만, 엄마를 따라 뛰고 또 뛰었습니다.
엄마 말론 그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우리를 죽이러 온다고 했습니다.
광주에 있는 사람 모두를..
전두환이라는 사람 정말 나쁜사람인가봐요.
정신없이 엄마 뒤를 따라, 슈퍼마켓 주인아저씨를 따라 뛰다가 앞을 보니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갑니다.
모르겠습니다. 무슨 상황인지.
탕-.탕-.
한 군인이 총을 쏘았고 내 옆에 있던 슈퍼마켓 주인아저씨가 갑자기 주저앉아 버립니다.
매일 나에게 사탕을 주며 예뻐 해주던 슈퍼주인아저씨가 내 앞에서 내 눈앞에서 쓰러져버렸습니다.
땅은 금세 아저씨의 몸에서 나온 피고 붉게 물들었습니다.
엄마가 내 손을 잡고 황급히 도망가려 할 때였습니다.
탕-.
또 한 번의 총성이 들려왔습니다.
날 향해 달려오던 엄마의 등에 총알이 박혔습니다.
엄마가 쓰러집니다.
피..붉은 피. 피..
엄마에게서 자꾸 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피가 쏟아져 흘러요.
얼굴에서, 팔에서, 다리에서, 온 몸뚱이에서 쏟아져 흐르고 흐르면 쏟아집니다.
꿈인 줄 알았습니다.
장난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 얼른 일어나. 우리 도망가야지.”
엄마는 숨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힘없이 축 늘어져 있습니다.
“엄마, 장난 그만해. 이제 가자. 응?”
아니죠? 우리 엄마 죽은 거 아니죠? 근데 왜 눈물이 날까요?
도로에는 총을 든 아저씨가 나와서 군인들에게 총을 쏘고 있습니다.
군인들도 아저씨를 향해 마구 총을 쏩니다.
“엄마, 여기 너무 위험한 것 같아.”
엄마의 손을 잡았습니다.
차갑습니다.
평소의 따뜻했던 엄마의 손이 아닙니다.
“류사희.”
누군가 내 손을 잡습니다.
오빠입니다.
시온이 오빠.
오빠도 역시 군인들에게 총을 쏘고 있었나 봅니다.
오빠는 황급히 주저앉아있는 날 일으킵니다.
“내가 빨리 도망가라고 했지?”
“오빠.. 엄마가.”
내 눈에선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오빠는 그제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엄마를 봤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날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도망가 있으면 오빠가 꼭 데리러 갈게.”
“오빠..”
“빨리 도망가 바보야!”
사방에선 사람들의 총 쏘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도로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 번잡한 도로 속에 있던 우리 오빠는 내 등을 밀며 얼른 가랍니다.
근데 가기가 무섭습니다.
혼자가 될까봐.
그럴까봐 무서워요.
머뭇거리며 오빠를 보자 오빠는 얼른 가라며 다시 한 번 날 밀었습니다.
결국 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뛰는 둥 마는 둥하며 계속 오빠를 돌아보았습니다.
오빠가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듭니다.
오빠가 웃는 거 처음 봅니다.
정말 멋있습니다.
오빠는 계속 날 보며 얼른 가라는 손짓을 합니다.
오빠의 모습에 살짝 안도가 되어 조금도 속력을 내어 뛰기 시작했습니다.
탕-.
수많은 총소리 중에 딱 저 하나의 총 소리에 발이 멈춰 섰습니다.
뒤돌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뒤돌아 볼 수 없었습니다.
왠지 두렵습니다.
내가 뒤돌아 오빠를 보면.
오빠를 볼 수 없을까봐.
오빠가 손을 흔들고 있지 않을까봐.
난 제발 날 보고 아직 손을 흔들고 있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차마 뒤돌 수 없어 난 그곳을 헐레벌떡 벗어났습니다.
도망치다 한 폐가로 들어와 쭈그려 앉았습니다.
네 손엔 아까 엄마의 손을 잡았을 때 엄마에게서 묻은 피가 보였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난 엄마의 피가 묻은 내 손을 마주잡고 펑펑 울었습니다.
이제 아빠처럼 엄마도 없습니다.
그 폐가에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울다 지쳐 잠들어도 다시 깨면 또 울었습니다.
배고픔도 외로움도 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빨리 오빠가 날 찾으러 오길 바랄뿐이었죠.
오빠가 날 찾아오면 제일먼저 오빠를 안아줄거에요.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오빠 인가 봐요.
드디어 오빠가 날 찾아 왔나봐요.
오빠라는 생각에 너무 기뻐 오빠를 외치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오빠야?”
탕-.
내 눈에 보인 사람은 오빠가 아니었습니다.
군인들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몸에 고통이 느껴집니다.
총알이 박혀 있습니다.
피가 납니다. 엄마랑 슈퍼마켓 주인아저씨가 그랬던 것처럼.
탕-. 탕-.
몇 개의 총알이 내 몸을 더 뚫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절로 몸이 기우뚱하며 난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내 두 눈엔 군인들이 미소를 지으며 군화 소리를 내며 사라졌어요.
또 나 혼자 남았습니다.
입에서 피가 나왔습니다.
몸에서 피가 납니다.
아파요.
여전히 밖에 총소리는 끊이지 않네요.
내 마지막 정신이 아련해질 때, 오빠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꼭 데리러 온다며 환하게 웃던 오빠의 얼굴.
“오빠..왜...안와...”
그 남자 story..
"오빠. 또 어디 갔다 온 거야? 응? 뭐하다 온 건데? 응?"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하기 귀찮아 기숙사에 생활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집에 오는데 이 꼬마 참 성가시다.
자꾸 싫다고 밀어내는에 뭐가 좋다고 나한테 오는지.
난 살짝 이 아이를 밀어버리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아이는 1년 전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함께 동생이라며 7살짜리 여자애를 데려왔다.
동글면서도 갸름한 얼굴, 오뚝한 코, 동글한 눈. 두 눈의 쌍꺼풀까지 처음 보았을 때 인형인 줄 알았다.
볼 때마다 항상 미소 짓고 있는 이 아이.
사희는 아버지랑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내가 철이 없어서 그런지 새어머니와 사희를 자꾸 멀리하게 된다.
한 달 만에 집에 들어왔는데 항상 아버지는 술에 절어있었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의 관심사는 전두환, 노태우, 비상계엄령 뭐 그런거였다.
“전두환 노태우 이 개자식들이 전국적으로 비상계엄령을 공포했다더라.”
“군인들 움직임이 심상 치 않던데. 뭔가 한바탕 일이 날 것 같아.”
“헌데 류시온 너 얼굴이 왜 그러냐? 대학 가더니 싸움질만 하냐?”
“그 새끼들한테.. 터졌어. 계엄군.”
그렇다. 계엄군이 나를 포함하여 몇몇의 학생들을 폭행하고 마구 짓밟았다.
그래서 집으로 내려온 것이었다.
“이 새끼들 안 되겠네. 그렇다고 자기 나라 사람을 때려?”
“나 말고 터진 애들 많아. 그래서 내일 우리학교 앞에서 시위하기로 했어.”
“야, 그럼 내일 우리랑 같이 가.”
그렇게 우리는 아침 일찍 약속을 잡고 헤어졌다.
집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집에 들어서자 역시나 사희가 웃으며 나를 반긴다.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희는 마냥 해맑기만 했다.
“오빠, 시온오빠.”
“.....류사희.”
난 조용히 사희의 이름을 불렀다.
이젠 최사희보다 류사희가 더 잘 어울리는 착한 내 동생.
“오빠, 어디가?”
아무것도 모르는 내 동생이 미소를 짓고 있다.
난 잠시 한숨을 내쉬고 사희의 어깨를 양 손으로 잡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꼭 돌아올게.”
“응.”
“어디서 펑펑 소리 나도 꼭 도망가야 돼. 알았지?”
아무것도 모르는 내 동생이 날 바라보며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날 밤은 처음으로 사희와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 동생은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곤히 자고 있었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아버지도 가시겠다며 준비를 하셨다. 난 연신 말렸지만 내 말은 귀에 들어가지 않는 듯 했다.
새어머니는 연신 조심하라 말씀하셨다.
“꼭 살아. 그래서 다시 만나.”
난 방에서 조용히 자고 있는 사희를 바라보았다.
인형 같은 내 동생을…. 착한 내 동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친구들과 아버지와 함께 전남대 정문으로 향했다.
늘 다니던 학교 정문이 이젠 새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 문…. 다시 볼 수 있겠지?
“꼭. 살아서 만나자.”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속으로 눈물이 났다.
시위를 하고 있는 사이 어느덧 군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진짜 전쟁이다.
군인들을 보자 사람들의 시위함성은 더욱 거세졌다.
시위함성이 거세질수록 군인들의 진압은 더욱 잔인해졌다.
탕-.
공수부대원들이 결국엔 총을 사용했다.
별다른 무기가 없던 시위대는 총알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탕-.
내 눈앞에서 아버지가 총에 맞아 쓰러졌다.
난 주저앉아 총에 맞은 아버지의 배를 어루만졌다.
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나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치고 있다.
민우가 억지로 날 끌었고 가까스로 정문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내 눈에선 아버지를 잃은 슬픔의 눈물과 계엄군의 잔인함에 분노하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다른 친구들은 도망쳤을까? 죽었을까?
사희는 무사 하겠지?
“제정신들이 아니야. 우리도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죽어.”
민우의 말에 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난 꼭 살아서 내 동생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서서히 금남로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동하는 길에 군인과 양복 입은 남자와 대치를 벌이고 있었다.
아직 많은 시민들이 대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탕-.
한발의 총성이 들리고 대치를 하던 남자는 쥐고 있던 총을 떨어뜨리고 쓰러져버렸다.
아직 숨은 붙어 있는 듯 계속 헐떡거렸다.
군인은 잔인하게도 남자를 향해 또 한 번 총구를 겨누었다.
남아있는 숨통까지 끊어 놓으려는 듯 군인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얼마 뒤 또 한발의 총성이 들리고 여자가 쓰러졌다.
고개를 돌리자 언뜻 사희가 눈에 보였다.
아닐 꺼라 생각하고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금 그 꼬마를 쳐다보았다.
사희였다.
사희가 뿌연 화염 속에서 쓰러진 여자를 잡고 울고 있었다.
숨어있던 민우가 용기를 내어 군인을 향해 총을 쏘았고 군인은 피를 튀기며 쓰러져버렸다.
난 사희에게 뛰어가 황급히 주저앉아있는 사희를 일으켰다.
“내가 빨리 도망가라고 했지?”
“오빠.. 엄마가.”
사희의 커다랗고 동그란 누에선 눈물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난 그제야 피를 토하며 헐떡거리고 있는 여자를 봤다.
그리고는 다시 사희를 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망가 있으면 오빠가 꼭 데리러 갈게.”
“오빠..”
“빨리 도망가 바보야!”
사방에선 사람들이 총 쏘는 소리가 들리고 그 번잡한 도로 속에 있던 나는 사희의 등을 밀며 얼른 가라고 했다.
사희는 자꾸 머뭇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난 얼른 가라며 다시 한 번 사희를 밀었다.
사희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뛰는 둥 마는 둥하며 계속 날 돌아봤다.
난 사희가 안심하도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 모습에 살짝 안도가 되어 조금도 속력을 내어 사희가 뛰기 시작했다.
그래. 빨리 도망가. 여길 어서 도망쳐. 오빠가 곧 찾으러 갈게.
탕-.
시간이 멈춰버렸다.
머리에서 흐른 피는 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이 붉게 보였다.
눈이 감기질 않는다.
아직 내 동생 따뜻하게 안아주지도 못했는데.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하는 내 동생.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저 예쁘고 착한 내 동생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저 멀리 뛰어가는 사희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래. 내동생. 빨리 도망가. 여길 어서 도망쳐.
자꾸만 숨이 가빠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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